◈가을이 손짓하던 날 / 이기은
먼 산자락
하얀 구절초의 꿈
갈색 시간으로 행복찾아 떠나던 날
잿빛 초가지붕마다
여름밤 냇가에서 두근두근 훔쳐보던
허여멀건 소꿉친구 엉덩이 닮은
동글동글 탐스런 박이
가을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
동동주 한잔 그리워지는 계절
추녀 끝에 잠든 추억
살살이 꽃 가녀린 미소따라
쌓이는 그리움
꽃길 따라 시오리 등교 길
들국화 향 여울지던 오솔길엔
게으름 피우던 여름이
늙은 허수아비 한숨따라
어제로 간다.
길섶 노랗게 물든 잔디속에
되올 약속 묻어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