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岩거사 2009. 10. 27. 08:40

  

 

 

빈 집 / 황청원

 

가을 밤 내 그리웠습니다

아직 오지 않을 사랑인 줄 알면서도

혹시 달빛으로 별빛으로

소식도 없이 올지도 몰라

아무도 서성이지 않은 산으로 가서

그대 잠들 빈집 되어 기다렸습니다


겸허하기만 한 가을 산 속엔

나무들 옷 벗는 소리 끊긴 지 오래고

새들 곤히 잠든 지 오래고

오직 그대 기다리는 내 빈집의 불빛만

흐린 날의 노을처럼 빛났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빈집 되어 깨닫습니다

멀리 있는 사랑을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 눈물일지 알 수 없습니다

멀리 있는 사랑이 길을 돌아와

언제 문을 두드릴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구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훌훌 비워내는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