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 冬木 지소영
그놈은 그랬다
피투성이가 되어도 절망을 몰랐고
때로는 질긴 송진처럼
죽은 그림자에 붙어 있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완전한 타인처럼 무장을 한 채
다락방에 숨어 있기도 했고
흰 달을 넘는 바람 따라
처진 어깨 보이면
뒤 뜰로 숨어들어 와
가늘어진 목을 조여 오기도 했다
차라리 손님이라면
유혹도 해 보련만
아침과 밤
되돌이표에도 질리지 않는
삼백육십다섯 날
너로 기숙하는 외계의 성에
겨울 서리 댓잎 같아
달포가 걸려도
이번엔 널 붙잡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