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겨울 연가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靑岩거사 2010. 2. 20. 10:10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는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온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