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라면 / 雪花 박현희
그대와 함께라면 거짓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마음의 가면 훌훌 벗어던지고 외딴 섬에 떨어진 연인이어도 행복하겠습니다. 우리만의 낙원에 아름드리 예쁜 오두막 집을 짓고 하늘 땅 벗 삼아 살아도 그대와 함께라면 이보다 더 포근하고 아늑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또 있을까요. 앞마당에는 붓꽃이며 채송화 심고 뒤뜰엔 감자랑 채소도 가꾸며 구수한 된장찌개에 열무김치 한 가지여도 충분할 소박한 밥상이어도 그대와 마주 앉아 함께 하는 식사라면 임금님의 식탁인들 부러울까요. 낮이면 너른 초원 위에 나란히 누워 파란 호수를 닮은 쪽빛 하늘 떠가는 하얀 구름을 벗 삼아 세월을 낚고 달빛 고요히 흐르는 밤이면 귀뚜리 찌르레기의 세레나데에 그대와 색 진한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라면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이슬처럼 스러져 갈 무욕의 시인이어도 나는야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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