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는 세상이 되어 / 배월선
비가 그렇게 쏟아지더니
맑은 하늘로 웃고 있는 세상
어제, 오늘, 내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변덕은 아니었겠지만
조촐히 내 앞에 서 있다.
그대 옆에 있었던 것은
언제였던가.
참으로 그립고도 그리운 것은
되올 수 없는 물결을 지나
다만, 어디로든 예정된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려나.
시간은 그대로인데
그림자처럼 떠나버린 추억을
한 손에 붙잡을 리는 없겠지만
텅 빈 가슴 안에 기대어
힘없이 뒷걸음질 치는
누군가를 그대라 부르는가.
나이테는 늘어가고
홀로 바라보는 내 안의 세상은
그대 없는 세상이 되어
저토록 푸른 하늘도
돌아서서 슬픔을 던져놓고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