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 雪花 박현희
대지를 태울 듯 작열하던 태양도
어느새 빛을 잃은 채 뒷걸음질치고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아침입니다.
흐르는 세월의 강에 떠밀려
어느덧 중년을 맞고 보니
이마에 그려진 골 깊은 주름 위로
세월의 무상함에 쓴웃음 지어봅니다.
인생의 가을이면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삶의 연륜 또한 넓고 깊어야 할 텐데
미풍 앞에서도 여지없이 흔들리는 여린 갈대처럼
사사로운 이욕(利慾) 앞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고
쉬이 동요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쌓아야 할 인생의 연륜은
턱없이 부족한가 봅니다.
조금은 무디어졌을 법도 한
내 안의 뜨거운 열정이
용솟음치며 다시금 끓어오르는 것은
시들어가는 젊음을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음일까요.
유독 가을을 앓는 나는
한 잎 두 잎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며
허무와 공허가 쓸쓸히 밀려드는
지독한 외로움의 가을 병을
또다시 앓아야 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