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 靑松 김지혜
화려한 무도회가
시작입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분홍 나비 옷을 입은 신사
이산저산 넘나드는 이웃들의
정겨운 웃음소리
노란 파도처럼 벼이삭이
물결을 치고
알이 가득 찬 밤송이에
두리번거리며 기회를 엿보는
회색빛깔의 나비다람쥐
두 눈 가득 이슬을 머금은
이름 모를 풀꽃들의 잔치 날
사랑의 열병처럼
온산에 온 들에
정열의 꽃물들이고
하얗게 손 내미는
갈대의 흔들림
뉘엿뉘엿
서산에 해 그림자 지면
노을 빛 따라 노란 나뭇잎 되어
풍덩 바다에 빠지던 날
선한 마음을 가득 담은
나도 나무가 되고 바다가 되고
노을이 되어
그리움을 잉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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