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숲에 /민지 배미애
숲 속이 환해졌다.
식어가는 열매들이
마지막 생의 빛을 모아 써둔
세상과의 따뜻한 언약들이 살아 있어.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눈물보다 더 영롱한 등불이 있어.
뒤꼭지 보이며 멀어지는 소리들이
허공엔 진 가슴을 불러
생을 꿈꾸며 돌아올
그 가을 숲에
그대여! 머물다 가자.
산을 흔드는 새소리에
새벽이 낙엽에 씻긴 산길을 펴면
잠든 희망이 손을 모으고 일어나
돌아오는 나날들이 고독을 모르고
살아도 좋을 그곳에
그대여!우리 머물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