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좀 더 사랑할 걸 그랬었나봅니다
수천 김용오
비오는 날이면
숲길을 홀로 걷는다
등을 밀치는 손길이 있었으랴
자박자박 발소리가 있었으랴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낙엽이 등을 밀었었고 발소리가
빗소리였었다는 걸 알았을 뗀
자지러진 그리움에
철퍼덕 주저앉고 싶었었습니다
곱게 타는 저녁놀에서
눈에 담아도 아프질 않을
그대의 홍조 뛴 수줍은 미소가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걸어 올 때면
응 잘 있었다라고, 차마 말 할
엄두를 낼 수 없어 그대의 얼굴인
노을빛 낙엽을 하나 뚝 따서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그대여 그리움이
지독함이란 걸 난들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대를 진정 사랑하였기에 기쁨으로서
당신을 영원히 가슴에 묻으려합니다.
아! 그대를 그대를
좀 더 사랑할 걸 그랬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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