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冬木 지소영님
♧빈 찻잔을 채우며 / 冬木 지소영
靑岩거사
2010. 12. 30. 00:05
빈 찻잔을 채우며 / 冬木 지소영 커피 향처럼 은근히 쓴맛을 고백을 할까 허락되었던 삶에 게을러 녹이 슬었다고 허함을 이야기할까 지나고 돌아보니 내가 마신 술은 세상보다 독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마다 쓸쓸했던 그림자 사치였다고 그 어느 날을 모른다 하리 빈 찻잔에 하얀 우유를 채운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풀어 넣는다 더러는 기다렸다는 듯 녹고 더러는 버티는 알 수 없는 외로움 굵은 숟가락으로 톡톡 덩어리를 깬다 남은 길, 저만치 끝이 보인다 새 잉태에 흥분했던 그날들 아, 인생은 꽃망울 터지는 날만은 아니었던 것을 사랑이라 외친 입술뿐인 위장은 파랗고 괴로운 족쇄였다 화롯가 놋그릇에 하얀 김이 보글거린다 달리기만 했던 세월처럼 오늘은 커피 한 잔과 당신을 마주 앉아 가슴의 빗장을 뜯고 싶다 못이 깊어 뽑아낸 자리가 횅하다 팔 한 뼘의 곁에서도 침묵으로 외면했던 고문 이제 용서해 달라고, 살아온 이야기들, 수평선의 너그러움으로 온화하게 마시며 손을 잡고 싶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