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천년문학동인방
커피는 제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 / 시후 裵月先
靑岩거사
2011. 1. 25. 04:58
커피는 제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 / 시후 裵月先
회색빛 램프에 불이 켜지고
요술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평소에 만나고 싶은 사람 한사람쯤은
쉽게 다가와서 반가운 손님이 되고
다정한 눈빛이 되고
술술 풀어 놓는 산기슭의 물소리가 들리고
가벼운 뭉게구름이 흐르게 하고
낯선 도시 속의 이야기도 이윽고 고요해지는
사귄지 오래된 친구처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맞장구 쳐주는
어디서나 생각 속에 머무는
홀로이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좋은
내 체온과도 같은 너는
혀에 발린 흔하디 흔한 푸념이라도
자잘한 풀잎 흔들리는 소리에도
이런저런 내색 않고
강낭콩 알맹이 여럿 익어가는 밭둑에 앉아
제 일처럼 귀 기울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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