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공간/☆우리고장 명소

여수(麗水)- 금오도 비렁길

靑岩거사 2011. 6. 27. 08:33

 

 

전남 여수에 가면 금오도라는 섬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문도와 백도는 웬지 친숙한 것 같은데 금오도는 도무지 낯설기만 합니다.

전남 여수 앞바다에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모두 317개의 섬이 둥둥 떠있다지요.

다도해라는 말 그대로 전남의 신안군과 인천 옹진군 다음으로 섬이 많은 곳이 여수입니다.

그래서 풀이 많은 초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섬 손죽도, 해안침식형의 학습장 연도, 호수를 지닌 섬 안도,

공룡 화석지로 유명한 사도 등 각 섬이 테마를 살려 테마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는군요.

최근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 금오도도 그 섬들 중의 한 곳으로 21번째 큰 섬이라고 합니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지도에서 보면 돌산도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수 여객터미널에서 1시간30분 정도면 금오도 함구미 마을에 도착하고, 돌산 신기항에서 여천항으로 가는 배를 타면 

30분만에 도착합니다. 멀리에서 보면 섬의 모양이 마치 자라와 같다고 해서 금빛자라, 금오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돌산 신기항에서 페리에 버스와 몸을 실은 후, 여천항에서 내려 함구미마을로 이동해 비렁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금오도는 원래 섬 안에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어 등산객들에게 사랑받던 섬입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숲이 우거지고,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이 주위에 흩어져 있어 드라마틱한 풍광을 자랑하는 섬 금오도.

사시사철 감성돔 낚시터로 전국 낚시 매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섬 일주도로는 자전거 하이킹코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함구미 마을 뒷산에서 해안선을 따라 8.5km 구간에 조성된 비렁길은 산길처럼 가파르지 않은데다 다도해 풍광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금오도만의 무난하고 아름다운 올레길로 변신했다고 하네요.

금오도에선 커다란 바위능선을 '비렁'이라고 부르는데 '함구미에서 직포' 또는 '직포에서 함구미'로 이어지는 금오도 자연생태

탐방로의 대부분의 구간이 해안가로 뻗어내린 바위능선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에 이 길을 '비렁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비렁길의 매력은 안쪽으로 섬을 이루는 산 풍경을 볼 수 있으며 바깥쪽은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비렁길은 길의 난이도에 따라 크게 세코스로 나뉘어 집니다.

가장 평이하면서도 비렁길의 핵심을 볼 수 있는, 함구미선착장에서 용두, 구포로 이어지는 5km 구간은 여유롭게 걷다 보면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걷는 동안 숲에서 쉬기도 하고 바다도 보며 여유있게 걸어간다면 3시간 정도가 알맞는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8.8km 구간은 첫 번째 코스에서 굴등을 지나 직포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약 3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가장 길지만 금오도의 비렁길을 제대로 볼 수있는 3코스는 함구미선착장에서 용두, 굴등, 직포, 우학선착장으로 약 4시간반이

소요되는 12km의 구간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2시간 코스를 걷고 나니, 언젠가 꼭 4시간반코스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억새밭과 이순신장군이 꺽어다 화살로 만들었다는 얇은 줄기의 대숲이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노랑때까치, 수리부엉이 등 희귀조류 35종이 살고 있다니 신비로운 원시림의 분위기를 만날 수도 있구요.

수려한 풍광을 그대로 자켜내고 있는 자연 덕분에 이미 여러 번의 영화 촬영지로 선택된 인기있는 숲이라고 합니다.

 

 

<전라도 순천 방답진 지도 (1872)>에 보면 금오도의 산꼭대기에 오르면 일본의 대마도가 보인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섬 모양이 자라를 닮아 금오도라 부르게 된 이 섬은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하여 거무섬이라고도 불리웠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고흥의 나로도가 한 눈에 들어 온다는 미역널바위 전망대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금오도는 오래전부터 숲이 울창하고 사슴들이 무리지어 살았던 섬이라고 합니다.

조선 고종때 이 섬은 황장 봉산이라 하여 조선 왕실 목축소가 있던 곳입니다.

이 곳에 명성황후의 사슴 목장도 있어 봉금령이 내려졌는데, 일제가 봉금령을 해제하고 목장을 없애는 등,

대대적인 어업 전진기지와 농토를 만든다는 핑계로 개간사업을 하며 해송을 벌목하여 일본으로 모두 가져갔다고 합니다.

섬이 개방되던 1885년 비렁길의 당시 이름이 봉산 임금님 둘레길이었던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금오도의 절경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망망대해 푸른 물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비렁길을 걷다보면 용의 머리를 닮았다는 용두 해안절경을 만납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옥빛의 바다는 가파른 절벽과 만나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 냅니다. 바람도 바다를 닮아 싱그러운 금오도에서

2010년 완공되었다는 나무데크는 아찔한 벼랑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니, 마음놓고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에, 빨갛게 익은 산딸기에, 처음 보는 생태환경을 살피느라 정신없이 걷다보면 가파른 대부산 언덕에

농사를 짓고 계신 마을 어르신도 만나고, 친절한 바닷바람은 흐르는 땀을 식혀주느라 쉴틈없이 불어 옵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본 미역널바위 전망대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걸어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좁은 산길에서 만날때마다 한쪽으로 비켜서서 길을 내어주고 상냥한 인사말을 걸어오던 그들이었습니다.

도심에서의 팍팍했던 인심도 마음 넉넉한 곳으로 가면, 무방비상태로 해제되는 모양입니다.

 

 

 

2시간의 코스로 만들어진 숲길을 모두 3시간만에 걷고 나니 해가 뉘엿 뉘엿 저물어 갑니다.

저만치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마음속에는 비렁길 완주코스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용의 머리를 닮았다는 용두를 지나, 송광사터, 신선대바위, 나무를 베는 톱을 대장간에서 손질하던 불무골,

일제강점기에 벌목꾼들이 처음 들어온 첫개, 초포, 두포를 지나 혈의 누 영화촬영으로 유명해진 굴등을 거쳐

경복궁과 거북선을 만들었던 해송, 황장목이 아직 남아있는 직포해수욕장을 거치는 길이 그 비렁길이랍니다.

여행을 할때마다 마음이 깊이 끌리는 곳, 마음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 들은 다시 찾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곤 합니다.

언젠가 비렁길을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나니, 그제서야 해 저무는 금오도의 풍광이 눈안에 들어옵니다.
 

 

 

 

30여채의 집들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섬의 풍경은 소박하고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금오도에는 갯마을 특유의 어판장이 없어서 섬의 첫인상이 웬지 다른 섬과 다르게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입니다.

대신 금오도에는 유자나무가 많기 때문에 유자를 말려 약재로 판매하기 때문에 마을 곳곳에서 유자를 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땅에서 자라는 방풍 나물은 풍을 예방하는 약재로, 쌈재료로도 좋아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있더군요.

3월까지 볼 수 있다는 동백도 동백이지만, 비렁길마다 피어있는 찔레꽃 향기가 금오도의 신비로운 길과 닮아있어 좋았습니다.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 순천나들목 - 17번 국도 여수방향 - 여수여객터미널 - 여객선 이용

<열차> 여수역 또는 여천역 이용

<버스> 여수터미널 이용

<항공> 여수항공

<훼리> 여수 여객선 터미널과 돌산 신기항 이용 (주)화신해운 061-665-0011, (주)한림해운 061-666-8092 (차량운반 가능)

<금오도내 정보> 남면택시 061-2651-2, 함구미 민박(061-663-2124), 광조민박(061-664=9207)

여수시청 www.yeosu.go.kr/ 061- 690-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