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 차윤환.
느티나무는
제 그늘에 키우던 사람들의 발자국이
고향을 등질 때마다 가지 하나씩 꺾었다.
내가 떠나올 때도 그랬으리라
말은 못해도 좀은 서운했던 게지.
사람들이 떠나갈 때마다 생긴 얼룩진 상처에
텃새들이 구름조각을 뜯어 와
파문처럼 걸어놓곤 하였다.
방물장수 너스레 다 받아주고
살이 새는 고무신 밑창을
다듬다듬 꿰매는 신기료 장수에게
그늘 한 자락 인심 좋게 깔아주던 늙은 느티나무는,
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했던지
멀리서 가지 하나를 사랑채 쪽으로 내밀었다.
아버지는 마른기침을 자주 하시고
가을이 깊어지자 잎들도 떠날 준비에 분주하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갈 바에야 차라리
물의 향기로나 풀리고 싶었을까
아버지 가슴처럼 허전해진 저수지에
파문으로 내려앉는다.
흔들리며 물결에
물결에 흔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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