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 청원 이명희 ( 낭송: 이원희 )
마른 숨결 몰아쉬며 일주문 들어서면
미쁜 마음으로
사랑 하리라 사랑 하리라
주문을 외우듯 보고픈 사람
봄 햇살 같은 미소로 입을 열어 말을 건넨다
많이 그리웠다고 어서어서 오라며
손잡아 이끌며 살포시 안아준다
오래전부터 가슴 출렁거린
그리움 따라 길을 걸으면
오순도순 모여 앉은 꽃들이 속삭이는
비밀의 말을 듣게 된다
千개의 석탑층이 왜 다르며
부처들은 왜 千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왔다가 왜 한참을 머물고 있는지
잎 새를 푸르게 하여
환한 웃음을 피우고
꽃의 향기 피워
나무를 춤추게 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살아있음이 행복이라고
바람이 전하는 말 듣고 싶어 산봉우리 오르면
북두칠성 바라보시며
아직도 자식들의 걱정 놓지 못한 체
욱신거린 어깻죽지 맞대고
나란히 누워 잠드신 울 엄니 아부지
살금살금 올라가 얼굴 뵙고
모처럼의 편한 쉼 깨어나실까 두려워
못난 마음만 덩그마니 남겨놓고 그냥그냥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