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꽃대를 보며
1.
보이지 않는 것이라지만
시간은 내 속에서 몸을 가진다
파닥이는 날갯짓의
작은 힘이 꽃대의 무거움 들어올릴 때
살갗감옥이 감당해야 할
지층의 파동
이제 네 투명한 살 속에 세상은 비춰진다
2.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지금의 꽃대가 아니다
쌓인 시간을 밀어내는
새로운 시간을 보는 것이다
아니다 네가 오히려
널 보고 있는 우리를
끊임없이
현재의 우리로부터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3.
침묵의 가지를 뚫고
신생의 힘 불쑥 떠오를 때
단단한 일상의 겨드랑이에 돋아나는 날개
언어는 몸이구나, 불이구나
우리는 그 때 네가
세계와 말을 걸고 있다고 말한다
'蘭과 生活' 2006. 1월호 이 달의 蘭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