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蘭 예찬의 글

[스크랩] [최경신]난초꽃

靑岩거사 2006. 4. 3. 12:57

 


난초꽃
최경신
양지 바른 베란다에   
정성으로 살폈건만   
싱싱하던 잎이   
날로 노리끼한 황달이 되어   
내 속을 태우더니   
밤사이 밀어 올린 꽃대에 맺힌   
끈적한 구슬땀은   
침묵의 진통이었나   
꽃망울이 부풀어 스치면 터질 듯   
햇빛 한 입씩 물었네   
제비 새끼 먹이 찾는 부리처럼   
꽃술은 열리어   
향긋한 살 내음 콧속이 어지럽다   
파리해진 산후의 얼굴   
얼마나 힘든 해산이더냐   
시집 「대문 높은 집」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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