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김종성
蘭,
미처 몰랐습니다
간밤에 내 머리맡에
하얀 꽃버선 벗어두고 가신 님이
바로 당신이었던 사실을.
그저
한마디 독백처럼
꿈속에 스쳐 지나는
소리 없는 바람인가 하였더니
그대 그 기막힌 향기와 모습에 취해
나의 님은 흠모로 저만치 유배되어 있습니다
심산유곡
사계절
눈(雪)
좀처럼 녹지 못하는 그곳에
수 만년 푸른 옷깃
생명처럼 여미운 그 자태는
그대 뉘 기다리는 절개입니까,
그 기품에 나는 눈멀어
아직 이대로 모두 빈 가슴이어도
차마 풀꽃 하나 어디에도 더 담을 자리 없는것은
오직 그대에게만
너무 깊이 빠져있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