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난초
유희봉
줄기에서 난 인두 모양의 잎
투구모양의 꽃잎과 꽃받침
나사처럼 빙빙 돌리는 꽃대
분홍색 꽃이 피는 타래난초
여러 송이의 꽃이 말리듯이
지난날의 그리움을 향하여
추억이 어린 소녀의 불그레한
눈빛이 꽃자루에 감겨오는 밤
구름 한 점 없는 그대 얼굴
부드러운 눈빛으로 무르익어
검은 머리타래마다 숨막히게
다가오는 우아한 자태로
지상의 모든 예술과 통하는
순수한 우정의 잔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그것이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배푸는 행위 속에 나의 생이
타래난초 같이 휘감아 돌며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의 뜻을 알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