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을 가르며
- 이별에게
이 명 주
유월의 마지막 날
난을 가르며 엉킨 뿌리의 하얀 속살을 본다
사랑의 덕목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리게 갈라져 나가는 모든 것들을
추억한다. 한 분(盆)에서 더 이상
더 이상은 자라날 수 없다고 어진 손으로
합당한 논리의 손으로
껴안고 있는 몸짓들을 뜯어낸다
허물어뜨리는 손길에
난의 잎들은
비를 가르며 내리는 비를 가르며
서로의 뿌리들을 서로에게 넘겨주고 있다.
살아서 사무치는 더 먼 그리움보다
이렇게 몇 번을 더 갈라져 제각기 길을 가는
그 슬픈 동반을 그리고 이별을
실핏줄 터져가는 슬픔으로
내리는 비를 씻어낸다 씻어내어 비로소
환해지는 햇살 속
또 한 잎이 그리움의 싹을 틔워
먼 먼 내일을 열어
열어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