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유희봉
지나간 날의 아픈 상처 자국
홀로 잠들 수 없는 밤
위로의 손길 받고 싶으니
잠시라도 떠나지 말고
내 곁에 머물러만 주세요
두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성난 파도는 숨을 죽이며
먹구름도 지쳐 흘러가면
햇빛이 떠오를 때가 있다는
내가 간직한 말 한마디
길이 험하고 가파를 지라도
그대는 내 존재의 이유
내 믿음은 그대의 사랑
이 밤을 사르는 은촛대 우로
꺼질 듯 타 오르는 촛불
그대 향기에 취해 있다가
시냇물처럼 떠나간 후에야
이렇게 가는 뿌리 몸부림치니
임이 그리운 오늘밤
다정함으로 피는 고통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