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가을과 고독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靑岩거사 2006. 9. 8. 06:23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  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귀한사랑 - 작시:전소영/작곡,노래:김성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