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가을과 고독

♡시월의 마지막 밤 / 이효녕

靑岩거사 2006. 11. 1. 12:38
 
      
      시월의 마지막 밤 / 이효녕
      가는 세월이 무엇인지 몰라  
      낙엽 몇 잎 밤길에 놓았습니다  
      누가 그 길로 오는지 몰라  
      마음의 등불로 
      어둠을 밝혀 놓았습니다  
      계절에 마디마다 스치는 바람처럼   
      누군가 떠나가고 있기에 
      내 가슴을 내어놓습니다  
      닿을 듯 말듯한 낙엽의 거리 
      떠나는 것은 슬픔이기에 
      쓸쓸한 그 길을 걷지도 못하고  
      풀벌레 마지막 노래만 들었습니다   
      흰 눈밭을 같이 밟기 위해  
      그대를 다시 만나기로 한  
      추운 거리로 이제 가겠습니다
      나무가 발가벗고 꿈을 잃은 사이  
      그대의 사랑을 마음으로 읊조리며    
      가지마다 매달아 놓으려  
      세월 하나 문밖에 걸어두고 
      시월의 마지막 밤에 
      바람으로 삐걱 이는 마음의 문을 
      빗장으로 잠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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