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춘란(韓國春蘭)
김철
남성다우면서도
여성다운
풀 중의 풀
고구려의 기상이
백제의 한을 껴안고
신라의 그 염려(艶麗)한 허리에 머문 듯한
강인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의 극치로
보는 이의 가슴을 녹이는 풀
마약 같은 풀
몰아치는 비바람에
찢겨진 살도
산새와 산짐승에게
물어뜯긴 살도
오히려 씩씩한 야성(野性)으로 돋보이는
독특한 풀
중국인(中國人)과 우리가 어딘가 다르고
일본인(日本人)과 우리가 어딘가 다르듯이
그들의 난과도 어딘가 다른 난
우리나라 춘란
한국춘란
희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희한한 무늬의 잎에,
떠오르는 해 같기도 하고
보름달 같기도 하고
무지개 같기도 하고
백옥 같기도 하고
깜깜나라 같기도 하고
별난이 같기도 한
꽃을 달면,
그것은 풀이 아니라
위대한 자연의 화신(化身)
아아 순진 무구한 남성과 여성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생명
영생의 몸
꿋꿋한 배달의 전설이
검푸르게 우거져 있는
건강한 태백의 숲에서
향기로운 솔바람과 함께 춤을 추던
그 몸이
뜻밖의 인연으로 고향을 떠나
갑남을녀(甲男乙女)의 뜨락에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노대(露臺)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안두(案頭)에서
별처럼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며
누구에게나 희망을 느끼게 하는
빛과 같은 풀
아니
풀이 아닌 풀
뼈가 있는 자유의 덩어리
넋이 있는 독립의 덩어리
뿌리가 있는 평화의 덩어리
아아 다양한 꿈의 덩어리
한국춘란
우리나라 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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