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蘭 예찬의 글

[스크랩] [김 철]한국춘란

靑岩거사 2006. 4. 3. 13:22

한국춘란(韓國春蘭) 김철 남성다우면서도 여성다운 풀 중의 풀 고구려의 기상이 백제의 한을 껴안고 신라의 그 염려(艶麗)한 허리에 머문 듯한 강인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의 극치로 보는 이의 가슴을 녹이는 풀 마약 같은 풀 몰아치는 비바람에 찢겨진 살도 산새와 산짐승에게 물어뜯긴 살도 오히려 씩씩한 야성(野性)으로 돋보이는 독특한 풀 중국인(中國人)과 우리가 어딘가 다르고 일본인(日本人)과 우리가 어딘가 다르듯이 그들의 난과도 어딘가 다른 난 우리나라 춘란 한국춘란 희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희한한 무늬의 잎에, 떠오르는 해 같기도 하고 보름달 같기도 하고 무지개 같기도 하고 백옥 같기도 하고 깜깜나라 같기도 하고 별난이 같기도 한 꽃을 달면, 그것은 풀이 아니라 위대한 자연의 화신(化身) 아아 순진 무구한 남성과 여성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생명 영생의 몸 꿋꿋한 배달의 전설이 검푸르게 우거져 있는 건강한 태백의 숲에서 향기로운 솔바람과 함께 춤을 추던 그 몸이 뜻밖의 인연으로 고향을 떠나 갑남을녀(甲男乙女)의 뜨락에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노대(露臺)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안두(案頭)에서 별처럼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며 누구에게나 희망을 느끼게 하는 빛과 같은 풀 아니 풀이 아닌 풀 뼈가 있는 자유의 덩어리 넋이 있는 독립의 덩어리 뿌리가 있는 평화의 덩어리 아아 다양한 꿈의 덩어리 한국춘란 우리나라 춘란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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