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여름과 비 123

파문 / 차윤환

파문 / 차윤환. 느티나무는제 그늘에 키우던 사람들의 발자국이고향을 등질 때마다 가지 하나씩 꺾었다.내가 떠나올 때도 그랬으리라말은 못해도 좀은 서운했던 게지. 사람들이 떠나갈 때마다 생긴 얼룩진 상처에텃새들이 구름조각을 뜯어 와 파문처럼 걸어놓곤 하였다.방물장수 너스레 다 받아주고 살이 새는 고무신 밑창을 다듬다듬 꿰매는 신기료 장수에게 그늘 한 자락 인심 좋게 깔아주던 늙은 느티나무는,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했던지멀리서 가지 하나를 사랑채 쪽으로 내밀었다.아버지는 마른기침을 자주 하시고 가을이 깊어지자 잎들도 떠날 준비에 분주하다.한 줌 흙으로 돌아갈 바에야 차라리 물의 향기로나 풀리고 싶었을까 아버지 가슴처럼 허전해진 저수지에 파문으로 내려앉는다. 흔들리며 물결에 물결에 흔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