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것도 없는 것이 영시다 마음에 둔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하며 술 한 잔 하자고 한 것도 어제고 뚤뚤 말린 원고 보따리에서 술 취한 눈으로 사랑시를 꺼내 어두운 카페 안에서 비에 젖은 목소리로 시낭송 한 것도 어제고 낯선 버스 승강장 귀퉁이에 앉아 그대를 생각한 것도 어제다 그런데 어째서 내 시간은 영시에 걸터 앉아 어제의 모든 생각을 버리고 오늘이라는 슬픔의 비를 맞으며 지나간 사람을 생각하느냐 쏟아지는 비에 내 마음이 젖을 때 영시는 창 밖에서 나를 버리고 빗물이 되어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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