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여름과 비

영시의 그대가

靑岩거사 2007. 7. 22. 21:18
     영시의 그대가 

      오는 것도 없이

      가는 것도 없는 것이 영시다

      마음에 둔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하며

      술 한 잔 하자고 한 것도 어제고

      뚤뚤 말린 원고 보따리에서

      술 취한 눈으로 사랑시를 꺼내

      어두운 카페 안에서 비에 젖은 목소리로

      시낭송 한 것도 어제고

      낯선 버스 승강장 귀퉁이에 앉아

      그대를 생각한 것도 어제다

      그런데 어째서 내 시간은 영시에 걸터 앉아

      어제의 모든 생각을 버리고

      오늘이라는 슬픔의 비를 맞으며

      지나간 사람을 생각하느냐 

      쏟아지는 비에 내 마음이 젖을 때

      영시는 창 밖에서 나를 버리고

      빗물이 되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