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겨울 연가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靑岩거사 2008. 1. 27. 09:49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