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에 / 동목 지소영
우리의 세월 때문일까
살짝이 볼을 스치는 바람에도
낙엽처럼 동그르르 떨어지는 눈물
그 누가 의미를 둘까만
높은 가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연민과 애정은
흔들리며 교차 된다
모두를 잊고 살아온 날이 서럽다
누가 오지 말라고 밀어낸 것도 아니고
가지 말아라 경호도 없었건만
무심천의 자학인가
시린 떨림에 시월의 끝날이 둥둥거리고
중년이라 의식하지 못하고
사랑도 사람도 소홀했고
작은 것에 마음 다정히 열지 못하고 달려온 길
안개 밭이어도 어둠이어도
그 의지 앞에서는 방해되지 않았다
열차의 기적이 거침없었던 것처럼
몸은 부러 트고 험해졌어도
마지막 시월에 겸허해지고 싶은 여린 마음
스승의 자리에 그를 앉히고 무릎을 꿇는다
오늘까지처럼 또 한해도
조용히 당신 앞에 남은 삶을 맡기고 싶다
교만을 버리고
공손히 낮아지겠다고
헤어지는 이들에게
별리의 사랑에
아쉬움과 눈물로 보이지 않더라도
결코 잊히고 싶지 않은 계절이 되고 싶은
삶의 절반쯤 살아온 중견의 그리움이리라
돌아갈 수 없어도
다시 못 견디게 기다리게 될지라도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며
찻잔을 부딪치면 어떨까
보내야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으로
손바닥을 따갑도록 비비면 어떨까
당신이 곁에 없어서
내가 돌아갈 수 없어서
서러운 강물 소리 하나 안고
시월의 마지막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