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떨어지고 / 동목 지소영
떨어지는 건 너뿐만이 아니다
숨겨 두었던 희망도
졸여 왔던 인내도
손끝에 칭칭 감겨 널 기억하게 했던
점액까지도 떨어진다
말이 되지 않았던 것들
전화벨까지도 들리지 않았어
촛불을 켤 줄 몰라 몇 번씩 헛손질을 했더랬어
그런데 커피를 저으면 녹아 스미더라
설탕처럼 온몸을 주던 걸
달콤함에 혼미해지기도 했어
이제 어디로 갈 거니
머뭇거리던 창가의 바람에도 놀란 세월
그도 떨어진다
완전한 분리다
너의 나로 부를 수 없었던 것처럼
가을과 겨울도 멈추고
흐르는 건 냇물 같은 시간뿐
어둠까지 마취된다
홀로 남은 가지에 기억은 입을 다물고
아,
안과 밖,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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