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천년문학동인방

그해 가을 / 恩率 이은영

靑岩거사 2011. 10. 17. 23:30

 


그해 가을 / 恩率 이은영 따스한 커피 한 잔에 비스킷을 얹고 한 권 시집도 챙겨보는 오후 스르르 쏟아지는 오수(午睡)도 없는 가을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초등생 미선이는 운동회 총연습을 했다며 손목엔 1등, 2등 청색 문신을 새겨왔고 머리엔 파란 머리띠를 둘러메고 온 동네를 떠돌며 승전가를 불러댔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머리에 쓴 수건으로 바람을 훔치며 너른 소쿠리의 고추를 자꾸 뒤집었다 옆방의 행정학과 신애는 경대생이랑 미팅이 있다 하였고 그 옆방의 간호학과 성희는 남자 친구랑 앞산으로 산행을 갔고 건넌방의 남학생은 무슨 연유에선지 오후 내내 깜깜무소식 기척이 없다 자취방의 오후는 고요했고 하늘은 푸르렀고 햇살은 빛났다 음악에도 시집에도 충족되지 않는 나는 홀로 두꺼운 책을 펼쳐놓은 채 갈바람과 함께 외로움을 사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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