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여름과 비

오후의 상념 / 배정숙

靑岩거사 2010. 7. 27. 10:31

 

오후의 상념 / 배정숙 

 

문득 창문 너머로

 포플러 나무가 싱그럽다.

 

잎새 사이 사이로

햇살이 가득 피어나고

연두색 빛깔로 얼룩지는

바람의 실루엣은

분주하던 일상을 잠시

식탁위에 내려놓고

오후의 나른한 상념속으로

나를 이끈다.

 

주위에 들리는 소음들이

갑자기 멀고 낯 설어

방금 뭔가 할일이 생각난것 처럼

눈 앞의 사물들이 선명해진다.

 

생각이 날듯 말듯한

어지러움 속으로

머뭇 머뭇

그리움이 내려 앉고

한 잔의 커피향에 취한듯

설레이는 가슴은

홀연히 다 벗어 놓고

문 밖을 나서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