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당신께 초대장을 보냅니다.
꼭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만
그대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만약, 그대가 못 갈 사정이 생기시더라도
죄송하지만 그대의 시간을 훔칠 계획입니다.
나뭇잎마다 시화전을 한다는군요.
예쁜 잎새에 시를 한 편 쓰고 색깔을 넣어서
대지 앞으로 제출한다고 합니다.
심사는 그대가 해도 좋겠습니다.
밤하늘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를 보고
귀뚜라미는 연주회를 한다는군요.
이것도 그대가 심사해도 좋겠습니다.
해 질 무렵에는 구름이 수채화를 그린답니다.
역시 심사는 그대의 몫입니다.
꽃들은 패션쇼를 한다는데
그대가 특별 출연한다면 갈채를 받을 거랍니다.
햇빛은 과일 조각전을 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볼 만 하겠습니다.
그대와 팔짱을 끼고 축제에 간다고 생각하니
가을 하늘 만큼이나 마음이 설레고 기쁘답니다.
제발, 일이 바쁘다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마세요.
내가 싫거나, 가을이 싫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가을 축제에 꼭 같이 가겠다고 손도장 찍어요.
한 가지 더 부탁한다면
가을이 보는 앞에서 멋진 키스도 허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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