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보내는 사랑의 편지 / 동목 지소영
흔들리는 내 모습도 사랑해 주세요
파도만큼 튼튼하지 못했어도
당신을 다시 찾았어요
산만큼 굵은 심장으로
흔들린 시간을 사랑합니다
오직 승리만이라 했던 오만도
그늘에서는 추워서 떨었어요
세상 어깨가
필요하지 않았던 날들
움츠린 내 모습을 다시 보게 해 준
당신이 고마워요
내 눈높이보다 더 반짝였던 타인의 승용차도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인정해 주기로 했어요
벽이 없었던 젊음으로
한 뼘을 건너뛰곤 했어도
웃자라지는 못한다는 것 알았어요
탁한 화분에는
맑은 꽃잎이 열리지 않아요
나보다 앞선 그들을 질투하지 않을게요
같은 방향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긍정의 아름다운 모습인 것을요
선한 시민이 가해자가 되고
욕심에 부푼 자들의 환락
잠시뿐 여요
가슴에 품은 꿈 하나로
아침을 따라왔어요
허물이 벗겨지니
얕은 바람에도 쓰립니다
맨발로 비포장도로를 디디는 것처럼
절뚝거립니다
이제 우리 흔들리지 마요
정직에 힘을 주는 사회가 아니어도
햇볕 따스한 날에도
소나기가 내리면 아픕니다
어둠이 절망이 되지 않기를 바라요
고립도 외로움도 용기가 필요해요
어느 곳에 있든지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요
변화도 도전도 잃는
시간의 패배가 되지 마요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아요
순간순간 흔들리고 시야가 흐려져도
스스로 채찍 하는 낮춤의 눈물도
자유로운 한때를 그리워해요
새로운 꽃잎을 피우기 위해
내가 만든 디자인으로 이식하겠어요
숨어 있어야 했던 당신의 4월
아직은 대기 명단에서 초조하겠지만
새 줄기로 서기까지 흔들리는 명암에
사랑의 편지를 보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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