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冬木 지소영님

♧가을 / 冬木 지소영

靑岩거사 2011. 11. 30. 00:08
가을 / 동목 지소영
높아진 키 위로 
한 결씩 내리던 하늘 잘도 참더니만 
기어이 낙엽 더미에 주저앉아 
산그늘 훌쩍이고 
여명 길에 한 톨씩 터지던 밤송이 
아팠던 가을을 밀어낸다 
이때쯤이면 
저문 일광욕을 하며
가슴을 보여도 좋으련만
널 거둔 장밋빛 연서 보내지 못하고 
가지마다 흔들리기만 했다
낮달에 배 불린 사랑의 후유증일까
호박 꽃술은 살점 뚝뚝 떨구고
하루살이 동거한 배추밭 
이친 상처 삭히고 있다 
너도 나만 한 그리움이었나 보다
생즙 낸 토마토에
거르지 않은 시 하나 걸직히 태워서
쳐진 얼굴 너의 풍경에 기댄다
리프팅을 한 듯 조여 오는 가을,
이젠 
기다린 당신의 신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