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동목 지소영 높아진 키 위로 한 결씩 내리던 하늘 잘도 참더니만 기어이 낙엽 더미에 주저앉아 산그늘 훌쩍이고 여명 길에 한 톨씩 터지던 밤송이 아팠던 가을을 밀어낸다 이때쯤이면 저문 일광욕을 하며 가슴을 보여도 좋으련만 널 거둔 장밋빛 연서 보내지 못하고 가지마다 흔들리기만 했다 낮달에 배 불린 사랑의 후유증일까 호박 꽃술은 살점 뚝뚝 떨구고 하루살이 동거한 배추밭 이친 상처 삭히고 있다 너도 나만 한 그리움이었나 보다 생즙 낸 토마토에 거르지 않은 시 하나 걸직히 태워서 쳐진 얼굴 너의 풍경에 기댄다 리프팅을 한 듯 조여 오는 가을, 이젠 기다린 당신의 신부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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